나는 다섯 살, 혹은 더 어린아이였고 당시에 살던 교문동 집 안방에 있다.

그 방에는 퀸 사이즈 침대가 하나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언니와 마주 앉아 웅크리고 있다.

바닥 어디선가 녹색 뱀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뱀들은 서서히 방을 메워간다.

어느덧 뱀으로 가득 찬 이 방에서 침대는 하나의 고립된 섬이 된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꿈이다.

 

그 꿈을 반복적으로 되새김에 따라 당시의 무서움은 사라지고 꿈은 한 이미지로 기억되었다.

언제나 이 첫 꿈을 잘 그려보고 싶었는데 그림으로 그리려 하면 오히려 꿈이 그림으로 덧씌워지고는 하더라.

이상하게도 그 꿈은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오늘은 작은 문방구에 가서 크레파스 한 세트를 샀다.

괜히 불량식품도 한 봉지 같이 집어 들고선 지폐 한 장 내밀었다.

우스운 생각이지만 48색 크레파스 색이 참 고와서 오늘 밤 꿈에 그 뱀들이 다시 나타나도 괜찮겠다 싶었다.

 

어느 때에는 기억하는 것을 기억하기도 한다.

옛 사진을 보면 사진이 기억에 씌워지기도 한다.

너무 어려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시절 이야기를 수 차례 듣다 보면 그 일화가 마치 당시의 내 기억인 양 기억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은 당시를 기억하는 건지 당시를 기억에 새겨지는 건지 모호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이제는 나의 뱀 꿈 역시 기억함을 기억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나의 꿈이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수도 있을까.

혹은 누군가의 기억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기억은 어디까지 공유될 수 있을까.

필자 : 김슬기(Claire) dogwan@naver.com
“김슬기”로 태어나 “Claire”와 “김슬기”를 겸하며 살고 있다. 현재 독일 카셀에서 미술학을 전공하며 도큐멘타 14 프레스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