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각을 우선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고 흔히 소리는 이미지를 위한 부수적인 요소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감각 안에서 청각은 시각만큼 중요한 자리를 점유하고 있다. 소리는 우리의 감각, 상상, 기억, 신체에 연결된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유동적이고, 볼 수 없는 소재이다. 소리는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독특한 감각과 감정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우리가 평소에 잘 의식하지 않았던 주변의 소리에 관심이 있다. 소리는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우리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그것을 쉽게 잊는다. 나는 이런 소리들을 소리 조각, 소리 설치, 소리 퍼포먼스를 통해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환풍기와 파이프가 만들어 내는 음악>  작업은 환풍기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와 파이프를 이용한 작업이다. 어떤 공간에 소리 작업을 설치했었을 때, 환풍기의 소음이 너무 커서 듣는 걸 방해해 설치한 작업의 소리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소음은 항상 거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 작업은 그 경험이 바탕이 된 작업이다. 환풍기의 바람은 파이프 안에서 흐르고 관악기처럼 파이프의 길이에 따라 소리의 강세와 높낮이가 달라진다. PVC 파이프는 큰 관악기가 되고 각 구멍에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오디오 믹서로 연주를 한다.

그리고 <물방울들의 리듬> 은 물방울들이 서로 다른 물질의 오브제에 부딪히면서 다양한 리듬들을 만들어 내고 오브제들의 소재에 따라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물방울이 오브제의 표면에 부딪히는 순간, 물 위로 떨어지는 순간, 파동들, 방울들의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가 달라지고 오브제들의 형태가 변화하고 그릇들에는 물이 조금씩 채워지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리듬들과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계단이라는 공간은 외부의 소리가 차단되어 물방울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에 집중을 시키고, 울림이 있어 소리가 잘 퍼져 나가게 하며, 위, 아래 공간이 뚫려 있어 소리 층이 생겨 관람자들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내려가면서 그리고 멈춰 서서 계속 변화하는 소리들을 듣게 된다.

필자 : 엄예슬 yeseuleom37@gmail.com
2018 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s de Paris-Cergy 석사 재학 2017 École supérieure d’arts & médias de Caen 학사 2018 단체전 Fantôme du cinéma, Cinémathèque Robert-Lynen, Paris 2018 단체전 Festival Sonic Protest, Théâtre de Vanves, Paris